[파워 인터뷰] 유병언 비츠로테크 대표이사 부회장
매년 수익 10% 이상 R&D 투자
다양한 분야 원천 기술력 확보

진공차단기 국내 최초로 양산
대기업 ‘인력 빼가기’ 위험수위

中企 전용 전기요금개편 시급
분산에너지 시장 확장 힘쓸것

유병언 부회장은 “지속적인 R&D 투자는 비츠로 기술경쟁력의 근간이며, 도전적인 사업 다각화는 제조업의 한계성을 돌파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유병언 부회장은 “지속적인 R&D 투자는 비츠로 기술경쟁력의 근간이며, 도전적인 사업 다각화는 제조업의 한계성을 돌파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비츠로(VITZRO) 그룹은 1955년 ‘광명전기제작소’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비츠로 그룹의 68년 역사 그 자체가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심인 전기와 인프라 시스템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그동안 기술력 하나만으로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온 중견기업입니다. 이제 비츠로는 전 세계시장을 상대로 우주항공·원전·방산 등 신기술 분야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도약기에 있습니다. 토탈 스마트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목표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비츠로테크 그룹 본사에서 직접 만난 유병언 비츠로테크 대표이사 부회장(비츠로이에스 대표이사 겸직)이 인터뷰에서 밝힌 첫 일성이다.

비츠로테크 그룹은 2000년을 기점으로 커다란 도약기에 들어섰다. 지난 2000년 2월 비츠로테크로 상호를 변경하고 같은 해 8월 코스닥시장 등록을 계기로 급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는 비츠로테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업 부문별 전문화가 본격화됐다.

비츠로테크 그룹 산하에는 비츠로이에스(수배전반), 비츠로이엠(전력기기), 비츠로브이엠(반도체 장비 부품), 비츠로넥스텍(우주항공·플라즈마), 비츠로셀(리튬일차전지), 비츠로밀텍(특수전지) 등 6개의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특히 기존 전력기기 사업 중심에서 에너지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과감한 변신을 꾀하면서 비츠로테크 그룹엔 전문경영인의 강력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유병언 부회장이 그룹의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28년 동안 전문경영인으로 비츠로테크 그룹의 핵심 신성장 동력이 된 우주항공, 플라즈마, 양성자가속기, 원전폐액세정설비, 군수사업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음은 유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설립 8년차인 비츠로넥스텍은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 개발에 성공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이는 응용과학기술 전문기업으로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한 상징적 성과인데요. 중소·중견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우주항공 사업에 도전하게 된 비츠로의 혁신 DNA는 무엇일까요?

비츠로넥스텍은 누리호의 엔진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누리호에 들어가는 엔진 연소기, 가스발생기, 터빈배기부, 고압 유연배관 등을 제작·보급했습니다. 비츠로넥스텍은 국내 최초로 액체로켓 엔진용 연소기 개발과 제작에 성공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비츠로는 그룹 차원에서 R&D에 무조건 10% 이상 투자하는 게 원칙입니다. 특히 과학응용기술에 있어서는 연구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비츠로넥스텍의 경우 원래 비츠로이엠의 특수사업부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우주항공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매년 15~20%까지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했습니다.

막상 경쟁시장에 나가면,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합니다. 비츠로가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혁신적인 R&D에 몰두하면서 전문연구진을 확충하는 거밖에 없습니다.

- 우주항공과 같은 신성장 분야에서의 혁혁한 성과를 낸 배경에는 결국 비츠로테크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기술혁신 경영철학이 기반이 된 거 같습니다. 우주항공 이외에도 양성자 가속기, 인공태양 등의 첨단기술 사업에서도 두각을 발휘하고 계시는데요. 비츠로의 원천 내지는 핵심 기술력은 무엇인가요?

비츠로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원천기술력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비츠로는 정부 정책과 세계 산업 트렌드에 융합하는 원천기술 개발 노력에 몰두해 왔습니다. 현재 전력기기에서부터 EMS,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우주항공, K-STAR(인공태양) 핵융합, 양성자가속기, 수소충전소(극저온), 산업용 폐기물·음식물 탄화 관련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비츠로의 원천기술로 진공 인터럽터(Vacuum Interrupter, VI), 즉 진공차단기를 손에 꼽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양산하면서 축적한 진공 응용기술의 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항공 엔진개발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VI 덕분입니다. 진공상태에서 초정밀접합과 특수공정설계를 할 수 있는 독점적인 기술을 비츠로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술이 파생해서 핵 융합, 양성자 가속기, 인공태양 등으로 확장이 가능해 지는 겁니다.

이밖에도 비츠로의 플라즈마 기술도 핵심 기술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처리에 결정적인 기술을 제공합니다. 바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아두는 용기의 내부를 보호하는 플라즈마 대항장치(PFC)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의 DNA만 가지고 신산업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비츠로와 같이 강력한 기술 중심의 강소기업이 신산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이 의아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공존하고 있는지요?

결국 비츠로의 기술은 그동안 전문기술인력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비츠로의 사업 자체가 민간영역에서도 특수하다 보니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특정 사업 분야에 있어 대기업에 비츠로의 기술인력이 유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단순히 저연차 개발직을 스카웃해가는 게 아니라, 십년 넘게 핵심기술을 오래 개발해온 고급 인력을 공격적으로 빼가는 상황입니다. 물론 직원의 이직은 개인의 선택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일부 대기업의 인력스카웃은 대·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항공 분야도 발사체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후속 발사체 사업에 공백이 발생하면 중견기업도 인력과 설비를 계속 유지하는 데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대기업에서 인력을 빼가고 막대한 투자를 해서 장악을 하면 누가 기술개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저는 한국의 혁신 기술기업들이 계속 나오려면,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의 인력을 빼갈 게 아니라, 상호 전문화시킬 분야를 정해서 함께 성장할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 비츠로테크의 기업성장 과정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과의 인연이 특별합니다. 부회장님은 한국전력기기사업협동조합 초대이사장을 시작으로 5선을 하고 계시며, 중소기업중앙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고 계십니다.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한국전력기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역임하며 국내 및 해외 전력기기 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왔습니다. 이밖에도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이사를 겸한 것도 기업인이자 전기인으로서 업계 발전에 기여해야 할 사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부 에너지 정책에 건의할 핵심 사항은 현재 전기요금 체계에 있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너무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열처리와 같은 뿌리업종의 경우 전기요금이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한전의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계를 위한 전기요금 개편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 대기업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전력산업은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동력이 절실한 시점이 됐습니다. 비츠로의 뿌리인 전력기자재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돌파구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에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전력을 지역 발전소에서 끌어와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이지만 전력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러한 시스템의 한계는 커지고 있습니다. 제조·서비스업의 빠른 증가가 전력 소비량 폭증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지난 5월 분산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내년 6월이면 전혀 새로운 전력 시장이 열리게 될 겁니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 인근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만들어 소비하는 걸 말합니다. 한마디로 지역별로 전력을 자급자족하자는 겁니다. 기존엔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던 에너지 시장이었죠. 중앙집중식으로 큰 비용이 수반되는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설비를 구축해야 했습니다. 앞으로는 민간 지역사업자들이 소규모 분산에너지 시설을 통해 전력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기업들이 밀집한 수도권에도 여러 분산에너지 사업장이 생겨날 겁니다.

- 말씀처럼 분산법이 본격 시행되면, 전력수요의 탈집중화는 물론 지역균형 발전 등의 ‘일석이조’ 효과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수도권-지방 간 전력 격차를 해소하는 일등공신이 될 겁니다. 또 지금보다 훨씬 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츠로는 먼저 국내 데이터센터를 주목합니다. 현재 수도권에 과도하게 밀집해 있습니다. 이는 전체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지난 10일에 제가 대표이사로 있는 비츠로이에스와 KT cloud가 ‘데이터센터용 고객 맞춤형 전기안전 통합관리 솔루션 제공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비츠로이에스는 디지털 전기안전관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 설치 시공하고 향후 예상되는 SCADA(원격감시제어) 설비 및 수배전반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산에너지 시장 분야에 비츠로가 갖춘 다양한 솔루션을 결합하고 확장하려고 합니다.

-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하시면서 자회사 대표이사는 물론 그룹 부회장직까지 수행하시고 있는데, ‘롱런하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비츠로의 기업정신은 창의(創意)와 신의(信義)입니다. 지속적인 이익창출을 통해 우리사회에 기여하자는 경영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장순상 창업주가 만든 경영철학입니다. 여기에 바로 제가 전문경영인으로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믿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 번 중용한 사람은 함께 가자는 게 비츠로의 인재상입니다.

비츠로의 창업주는 전력에서 에너지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업(業)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춘 분이고 저와 같은 전문경영인들은 그 방향에 맞춰 용기와 인내심을 총동원해 수행해 왔습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손발이 잘 맞았고, 무엇보다 우리 비츠로의 임직원들의 역할이 시너지를 발휘한 거 같습니다.

유병언 부회장은...

• 비츠로이에스 대표이사
• 비츠로테크 대표이사 부회장
• 한국전력기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
• 중기중앙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
• 국제대전력망협의회 한국위원회 감사
•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 대담 : 추문갑 논설실장(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겸 상근이사)      
- 정리 :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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