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확충, 청년인력 유도
입주업종 규정 유연하게 적용
업종특례지구 신청기준 완화
‘5년간 매매⋅임대 제한’ 개선
화학물질규제 국제기준 적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제4차 규제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제4차 규제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단지 킬러규제 혁파

노후 산업단지에 첨단·신산업 기업이 들어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산단 입주 업종 제한을 크게 완화한다.

청년 근로자들이 노후 산단을 외면하게 하는 고질적인 생활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산단 내 산업 용지를 지원시설 용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또 산단 입주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 투자회사에 판 뒤 임대해 쓰는 ‘매각 후 임대’가 허용돼 기업이 신·증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자금을 보다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규제 혁파’를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24조4000억원의 투자와 1만2000여명의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킬러 규제 혁파 규제 혁신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방안은 노후 산단 정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던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임대 제한이라는 ‘3대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노후 산단을 첨단·신산업과 청년 근로자를 품은 ‘산업 캠퍼스’로 탈바꿈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산단 입주업종 허용 유연화

전국의 산단은 1274개로 12만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중 착공 20년이 지난 노후 산단은 작년 기준으로 471개에 달한다.

우선 첨단·신산업 분야 기업이 노후 산단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과거 수십년 동안 유지된 경직적 입주 업종 제한을 푼다. 입주 대상 기업이 아니어도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의 능력 허용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산단 입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주 업종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등 산단 관리 기관이 입주 업종을 5년마다 재검토해 산업단지 변화 방향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한번 조성되면 길게는 수십년 이상 유지되던 산단의 색깔을 산업 변화와 기업 수요에 따라 적기에 조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사행업 같은 특정 금지 업종 외에 모든 업종이 산단에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 활용도도 높인다. 네거티브존 제도는 지난 2000년 도입돼 전국 11개 산단에서 일부 적용 중이다. 현행법상 신청하려면 대상지가 최소 15만㎡ 이상이고 해당 지역 토지 소유자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한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신청 최소 면적과 동의 기준을 각각 10만㎡와 3분의 2로 낮춘다.

정부는 또 제조업 지원 강화 차원에서 산단에 법률·회계·세무·금융 등 서비스 업종도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매·임대 규제를 풀어 노후 산단 입주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를 지원한다. 공장 설립 후 5년간 매매·임대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완화된다. 산단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하는 자산유동화를 허용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신·증설 투자 및 R&D 재원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자체 수요에 따라 직접 조성해 쓰는 전용 산단에 원래 정해진 업종 외에 첨단·녹색기술 기업 입주를 허용하도록 한 것도 최근 여러 첨단·신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조처다.

정부는 산단의 토지 용도 제한을 풀어 노후 산단에 편의 시설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단 생활⋅편의시설 확대

문화 시설은 물론 편의점조차 드문 지방 노후 산단의 고질적인 편의 시설 부족 문제는 특히 청년층 근로자들이 산단을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곤 했다. 2021년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가산단 내 19∼34세 청년층 근로자 비율은 29%에 그친다.

전국적으로 인구 1만명당 카페, 편의점, 병원은 각각 45개, 16개, 34개에 달한다. 하지만 착공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의 경우 인구 1만명당 카페, 편의점, 병원은 각각 11개, 3개, 1개에 불과하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경우 공장 외에 편의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지원시설 용도로 지정된 땅 면적이 전체 산단의 2.6%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개발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쉽게 토지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면적 상한을 기존의 3만㎡에서 10만㎡로 대폭 확대해 체육·문화시설 등 편의·복지 시설을 속도감 있게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노후 산단을 바꿔 나가는 데 지방의 책임과 역할도 커진다. 개발 계획 변경권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국가산단이 기존의 18개에서 31개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방정부 주도로 각 지역 사정에 맞춰 ‘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수립, 지역 특화형 ‘브랜드 산단’을 조성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독일의 아우토슈타트 같은 특색 있는 테마 공간 탄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 폭스바겐 본사와 출고장 등을 자동차 테마파크로 조성한 곳으로 연간 2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환경 관련 킬러규제 혁파

환경부는 이날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환경부는 먼저 현재 ‘연간 100㎏ 이상 제조·수입’인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유럽연합(EU) 등의 수준(연간 1톤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또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은 사업장에는 취급시설이나 정기검사 관련 규정을 면제·완화해 적용한다. 화학물질평가법에 따라 2030년까지 1만6000여개 화학물질 제조·수입사가 관련 등록을 마쳐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외국 공개자료를 기업이 사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출처만 제시하면 정부가 확인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디스플레이업계 맞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도 마련한다. 환경부는 작년 반도체업계 맞춤 기준을 수립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반도체업계 불소 배출 기준(현행 3ppm)도 완화한다.

아울러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용수 공급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환경영향평가 패스트트랙’을 운영키로 했다.

환경부는 희귀·유용 금속은 환경부가 선제적으로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안 받게 하는 방안과 폐의류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경영향평가 개선

환경부 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경우’ 협의를 면제하는 간이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간이평가 대상이 되려면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및 환경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제도를 설계 중이다. 간이평가를 해도 환경 보전 방안을 마련해 당국과 협의하게 할 방침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지자체에 권한을 넘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 1997년부터 광역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법상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닌 사업’ 일부에 대해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됐으나 활성화돼있지는 않는다. 특히 현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면 조례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됐다.

환경당국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나 협의 내용에 대한 이의신청·조정 절차를 신설할 계획이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자와 당국 간 분쟁을 정리하는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또 ‘기업 간 산업폐수 재이용’을 허용하겠다고도 밝혔다. A기업 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B기업 공장에서 용수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규정도 완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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