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킬러규제 혁파 ‘속도전’ 강조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10년+⍺’ 장기근속 특례 적용
택배 상·하차도 외국인 근로자 활용 가능 직종 추가
중기중앙회, 과도한 근무지 변경 제한 등 보완 제시

#1 식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네팔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B를 고용하고 있다. A 대표는 한국어도 익숙하고 업무도 능숙한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를 희망하나, B의 체류기간 만료가 가까워져 네팔로 출국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식품제조업은 업무강도가 높아 내국인을 구하기 어렵고, B의 출국 후 재입국까지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던 중 A 대표는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출국 후 재입국 없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되면 업무 숙련도가 높은 B를 계속 고용할 수 있어 인력 공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2 폐기물 분류 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내국인 구인이 어려운 폐기물 선별·분리 작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최근 사업을 확장하면서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려고 알아보았더니 사업장별 고용할 수 있는 한도를 소진해 더 이상 채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업장에서 고용할 수 있는 한도가 확대돼 필요한 외국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게 됐다. C 대표는 향후 인력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산업 현장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를 늘린다.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근로자가 중간에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일 없이 국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을 고용하는 제도다. 우리 정부는 베트남·필리핀 등 인력송출 업무협약(MOU)을 맺은 국가 출신으로 농업·제조업·건설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려는 외국인에게 E-9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사업장별 고용한도 확대

이날 발표 내용은 출산율 감소·인구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인력난을 겪는 여러 업종에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고용부는 사업장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를 제조업은 기존 9∼40명에서 18∼80명으로, 농·축산업은 기존 4∼25명에서 8∼50명, 서비스업은 기존 2∼30명에서 4∼75명 등으로 2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이에 맞춰 올해 전체 외국인력 쿼터(도입 규모)를 기존 11만명에서 1만명 추가하고, 내년에는 이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E-9 비자로 입국하는 비전문 외국인력은 2020년 5만6000명, 2021년 5만2000명, 작년 6만9000명, 올해 11만명이다. 올해 11만명은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래 가장 많은데, 올해 1만명 더 늘리고 내년에는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빈 일자리’ 수가 제조업은 2020년 3만1000개, 2021년 5만개, 작년 6만6000개, 올해 6월까지 5만7000개, 비제조업은 2020년 9만5000개, 2021년 11만5000개, 작년 15만2000개, 올해 6월까지 15만6000개로 증가 추세라는 현실을 고려했다.

장기근속 특례 신설

고용부는 장기근속 특례를 새로 만들어 출국·재입국 절차는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E-9 비자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9년 8개월이다. 4년 10개월 일한 뒤 고국에 돌아가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4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4년 10개월간 일한 외국인력이 떠난 동안 한국인 사업주는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건을 충족한 외국인 근로자는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최대 ‘10년+α’의 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비스업 2개 업종 추가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업·업종을 확대한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의 뿌리산업 중견기업, 택배업·공항 지상조업의 상·하차 직종 등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상·하차 직종은 물건을 트럭 등에 싣고 내리는 일을 하는데, 장시간·야간 근로가 많고 체력 소모가 커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호텔·콘도업(청소)과 음식점업(주방 보조)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일자리에 미칠 영향 등을 다른 부처와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부처 간 정보 연계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려는 사업주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고용허가제도가 도입 20년이 된 만큼 과거와 달리 변화된 우리 현장 상황을 담아낼 수 있도록 근본적 개편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부의 이번 개선 방안은 중소기업계가 그동안 현장의 극심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내용들을 대폭 반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 제조업체 10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중소기업(81.0%)들은 현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최대 9년8개월)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들의 62.9%가 3년 이상의 체류기간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E-7) 고용의사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업체의 31.9%가 고용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이유로는 ‘내국인 구인 애로’(90.6%)가 가장 비중이 높았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는 6~10인 규모의 소기업에서는 ‘내국인 구인 애로’가 91.9%로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중기중앙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외국인력의 기업별 고용 한도를 폐지하고, 과도한 근무지 변경을 제한하는 등 후속조치를 보완한다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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