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력 블랙홀 된 대기업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문제는 비단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 단위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대미문의 경영 위기를 경험하면서 지방 소재의 대기업들은 신입직원을 선발해 양성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인근 지역의 숙련 경력기술직을 스카웃하는 이른 바 ‘채용 효율성’에 방점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8월 21일 경남신문은 ‘핵심인력 빼가는 지역 대기업… 창원 중소기업 뼈아픈 인력난’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창원의 중소기업들이 “R&D 인력 구하기도 어려운데 숙련된 경력직원 뽑아가니 답답해 하고 있다”며 “산업별로 인력 연쇄 이탈 우려도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경남신문은 창원 소재의 기계제조 중소기업 A업체를 사례로 들었다. A업체는 R&D 인력 3명이 대기업에 이직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A업체 대표는 “대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자체 교육·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경력직 직원들을 뽑아가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업체 대표는 “그는 다른 곳도 아니고 같은 지역 내에서 경력직 인력을 채용하는 건 대중소기업 상생에서도, 지역 경제적으로도 좋은 방향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경남신문의 보도는 특히 지방 소재의 경력직 채용으로 인해 가뜩이나 지역 인재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원흉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경남의 기계·자동차·조선 등 제조 중소기업들은 핵심 연구개발 인력이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만큼 지방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는 적잖은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함안상공회의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대기업 그룹의 한 계열사가 내부 임직원 추천채용제도를 통해 경쟁사는 물론 고객사와 협력사의 핵심 인물을 스카우트할 경우 최대 600만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한 사실이 드러났고, 특히 함안지역 B중소업체에서 핵심 기술인력 한 명을 스카우트하려다 발각돼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만약 기술인력이 빠져나갔다면 B사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단이라는 위기를 겪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함안상의는 청와대와 국회 등에 ‘중소기업 기술개발 인력 스카우트 방지 건의문’을 통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부당 스카우트 감독 강화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9일자 대전일보에서도 비슷한 보도가 제기됐다. 대전일보는 “도 넘은 인력 빼가기…가뜩이나 사람 없는데, 해도해도 너무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전 중소기업들이 지역 대기업에 생산기술인력 유출에 항의한 사례를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대전 제조 중소기업 B 소속 생산기술라인 설비담당 2명이 대기업인 C사로 이직했다. 이들은 5년 경력을 가진 숙련 직원으로, C사는 이들에게 기존 급여보다 약 1500만원 높은 연봉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기업간 사업분야는 다르지만 해당 직원들이 설비 셋업, 양산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C사의 업무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B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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