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등 경제 6단체 공동 입장문 발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시기 2년 더 유예 촉구
원⋅하청 산업생태계 붕괴시키는 노란봉투법 입법 중단도 시급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 추진 중단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유예를 요구하며 열린 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 추진 중단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유예를 요구하며 열린 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경제 6단체가 지난 18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개정을 촉구하고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의 입장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노사관계 안정과 기업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경제계 입장’을 채택했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정치권은 치열한 정쟁 현안으로 협치가 실종된 상황이다. 문제는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이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어 여야는 물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과 함께 묶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쟁 입법 현안으로 다뤄지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계 경영자들에게 때 아닌 ‘사법 리스크’ 부담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경제 6단체는 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중소 영세 사업장들의 법 적용에 따른 혼선 방지를 위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법 시행을 내년 1월27일로 미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은 지난해 1월27일부터 이뤄지고 있다.

경영자 형사처벌 개선 필요

경제 6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 적용 시기를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며 “경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100여일 후부터 법 시행이 예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 사업장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892개사의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 및 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0%는 ‘중처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곳은 불과 1.2%에 그쳤다.

아울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85.9%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관리책임자 지정 등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도 인력·재원 등 여건의 한계에 놓인 영세 사업주들에게 지나친 처벌만을 강조하는 법 적용은 아직 시기상조란 뜻이다.

만약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시행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선 심각한 혼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약 68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컨설팅은 올해 2월부터 1만6000개에 한해서만 지원 중이다. 사실상 66만 영세 중소기업들이 법 시행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전문연구기관도 우려의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국안전학회가 고용부 의뢰로 수행해 지난 7월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범위 확대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50인 미만 기업에게 예정대로 중대재해법 적용 시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등의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대재해법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역시 고용부 의뢰로 ‘중대재해발생 시 산안법에 따른 규율특성 등 연구’보고서를 낸 한국노동법학회도 “상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경영책임자에게 기대 불가능한 사항의 이행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의 핵심 판단기준인 ‘위험성평가’도 올해 5월 고시가 개정돼 현장 안착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법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영세 사업장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고려해 이번 11월 정기국회에서 꼭 유예기간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업 만능주의 확산 우려

중대재해처벌법보다 더욱 복잡한 셈법으로 얽혀 있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 경제 6단체는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의 입법 추진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돼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쟁의행위가 발생한다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하고, 양질의 일자리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 개정은 한국경제의 특성을 무시한 입법 보완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업종별 제조환경은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구조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현재도 산업현장에서는 강성노조가 주축이 돼 수시로 사업장 점거를 비롯한 폭력 등 불법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산업현장에선 ‘파업 만능주의’가 확산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불법파업이 만연한 국내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냐”며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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