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2년 유예는 발등의 불
中企 인력⋅예산편성 여력 없어
영세기업 실정 맞게 개정 필요

기업승계법 개선도 초미 관심
경제단체, 신속통과 거듭 촉구
여야 협치로 회기내 통과해야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경제계에서는 대다수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며 연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경제계에서는 대다수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며 연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경제계에서는 대다수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며 연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13일 300개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국회에게 바란다’ 중소제조업 의견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은 ‘노동규제’로 애로를 겪는다는 응답이 4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환경규제’(25.3%) △‘인증 규제’(21.3%) △‘금융 및 세제 관련 규제’(15.3%) 순이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중소기업 관련 법안 중 가장 시급히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의 ‘중대재해처벌법’가 47.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업승계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37.7%)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전기료 등 주요경비를 포함하는 ‘상생협력촉진법’(29.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1, 2위를 다툰 중대재해처벌법과 기업승계 활성화법은 중소기업 핵심 입법 과제로서, 중기중앙회가 꾸준히 정부와 국회에 건의해 온 사안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경제6단체가 공동성명을 내 킬러 규제 혁신과 관련한 법안들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으며, 지난 7일에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의 간담에서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가 정말 어려운데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재차 규제 혁신을 요청했었다.

제21대 국회 4년을 중소기업 관점에서 평가하는 문항에서는 ‘잘못함’이 46.0%로, ‘잘함’(3.0%)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3곳 중 2곳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으며(65.3%), 그 이유로는 절반 이상이 규제개혁 내용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고(50.8%) 대답했다.

이와 함께,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3년 이내 투자 계획이 있느냐는 문항에서는 ‘없다’가 60.3%를 차지했는데, △‘기존 설비 과잉’(29.3%) △‘국내 수요부진’(28.2%) △‘자금조달 애로’(26.0%)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국회와 정부의 규제 혁신 노력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고 있으며, 실제로 당장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민생경제 활력 제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기중앙회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부터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실태 파악을 위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모호한 법규정 손질 바람직

전문건설사들 가운데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거나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한 곳은 3.6%에 불과해, 이들 역시도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순으로 응답돼, 영세한 전문건설사들은 인력과 자본력의 한계로 법 적용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대상에서 제외(51.5%)하거나 3년의 유예(26.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와 더불어, 사망자 2명 이상으로 중대재해 요건을 완화(51.2%)하거나 안전보건의무를 축소(34.4%)하는 등의 법률 개정이 있어야 법을 준수하며 재해예방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구성·운영하고(32.3%) △재해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 조치하며(24.8%) △안전보건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등(12.4%) 영세 기업의 실정에 맞게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아 외부의 단기 지원만으로 전문건설사가 의무이행을 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영세 기업 실정에 맞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는 지난 21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중소기업에서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측 가능성과 이행 가능성이 부족하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충돌되는 내용도 많아 실질적 안전에 왜곡을 초래한다”며 “내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장의 부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안전에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또한 발제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 및 책임 요건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정이 이뤄지고, 위헌성 논란을 해소한 후 법 적용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줄곧 내리막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준현 의원에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 갭 현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와 1.7%로 추정했다. 2013년 3.5%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킬러 규제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는 중소기업 관련 법들이 많다”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여야가 협치해 관련 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