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기부 ‘조정제도’로 기술분쟁 6개사 타협점 마련
농협경제지주-키우소, 목장운영 플랫폼 사업 협력 등 상생

中企 진 빠지는 법원 소송보다 비용⋅시간 부담 최소화 가능
전문가들 “상생협의 실효성 높일 조정안 꼼꼼히 따져봐야”

지난 2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기업-스타트업 상생협약식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한무경 중소기업위원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여기업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중소기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기업-스타트업 상생협약식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한무경 중소기업위원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여기업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치열하고 지난한 민‧형사적 분쟁 소송을 ‘대체할 수 있는’ ADR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한해 경제계에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분쟁 현장에서도 ADR을 적극 채택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그간 기술탈취 분쟁을 벌여온 일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사업을 발굴하는 등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기술 분쟁을 넘어 협력으로’를 주제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협약식을 연 것이다.

ADR은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로 법원판결에 비해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로 행정형 ADR을 통해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 산업재산분쟁조정위원회,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 운영하는 조정제도를 통해 분쟁 당사자끼리 합의점을 찾는다.

이번에 당정은 상생협약을 통해 기술탈취 분쟁과 관련해 민‧형사 대립 중인 대‧중소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분쟁조정제도로 상호 일부 협의 등을 했다고 덧붙였다.

기술탈취 분쟁사례에 큰 울림

이번 협약식에는 △농협경제지주와 키우소(목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록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카카오헬스케어와 닥터다이어리(연속혈당측정기와 모바일 앱 연동 서비스) △카카오VX와 스마트스코어(골프 데이터 플랫폼 관련 기술) 등 그동안 기술분쟁을 벌여온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대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기술 도용 및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등 처벌 강화 방침을 내놨다. 그 후속 조치로 이번에 분쟁 당사자들 간 조정 노력을 통해 일부 합의점을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협경제지주와 키우소는 활용정보 공유 및 사업영역 조정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양사 상생협약에 대한 홍보 활동도 함께 해나가기로 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사업출시 일정을 조정하고 농어촌 분야 등 동반성장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향후 바이오헬스케어 발전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카오VX는 분쟁 요인을 제공한 국내 관제솔루션 분야 사업을 철수하고 향후 스마트스코어 측과 데이터 공유 등 사업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6, 7월에도 중기부의 기술분쟁조정제도를 통해 분쟁 당사자간의 상생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6월엔 프링커코리아와 LG생활건강이, 7월엔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 등이 각각 상생협의의 단초를 열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 생태계 조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국정 과제 중 하나다. 따라서 이번 상생합의가 또 다른 기술탈취 분쟁 사례에 큰 울림과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분쟁조정’ 실효성 확보해야

당정이 ADR 확산에 적극 나섬에 따라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혹시 모를 대기업과의 다툼에 있어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ADR의 중요성에 비해 중소기업이 해당 제도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제도 홍보 문제와 실제 상생협의를 통한 분쟁조정 과정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술탈취 법률 소송전문의 한 변호사는 “상생합의로 분쟁이 종결된 것은 당정 입장에선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만, 막상 조정된 합의안이 중소기업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잘 챙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조정제도를 통해 약속하는 ‘사업 철수’가 나중에 재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상생차원에서 기술탈취 의혹이 있는 사업 철수를 하겠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잠정적으로 철수를 한 결정’이라면 또 다시 분쟁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법률 구조상 중소기업이 기술침해를 신고할 때 중기부와 함께 공정위, 특허청에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3개의 행정 절차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기부 조정제도를 통해 상생합의가 극적으로 체결돼도 공정위와 특허청에 신고한 행정조사 종결 여부를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대기업의 사업 재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변호사는 “혹여 다른 기관에서 대기업에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온다면, 앞서 상생합의를 이룬 약속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 법률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스스로 종합적인 상생합의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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