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협⋅정부 등 유예 한목소리
김기문, 여야 원내대표에 호소
윤 대통령 “83만 영세업 고려를”
中企, 전면시행 강도높게 비판
여야에 대승적 합의 거듭 촉구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이 24일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호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 원내 대표실 입장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이 24일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호소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 원내 대표실 입장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23일 나흘앞으로 다가온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줄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계는 성명을 통해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도 유예기간동안 자체 예방노력을 강화해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야가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 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또한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기업주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안전사회구축 관련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다만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의 시행은 결과적으로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징벌적 차원으로 흘러가게 되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본회의 상정 결국 무산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근본 목적은 기업경영인 처벌에 있지 않고, 산재 예방을 통한 중대재해 감축에 있다”면서 “법률의 즉각 시행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예기간을 통해 보다 많은 정부 지원과 사업장 스스로 개선 방안을 찾도록 논의하는 것이 재해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마지막으로 여야 원내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새벽부터 국회를 찾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사망선고와 같다는 의미에서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김기문 회장은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25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민생 차원에서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달라”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감옥 담벼락을 걷는 불안함이 해소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도 국회를 압박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성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중대재해처벌법과 밀접한 정책 및 업종을 다루는 소관 부처 장관들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이 확대 시행되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적용 대상이 된다”며 “아직도 어떻게 안전보건 의무를 확보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83만 7000개의 사업장에 준비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린 2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에 앞서 마지막 기회였던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정되지 않았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중소기업들의 기대감도 함께 무너졌다.

중소기업계의 간절한 호소도 정부의 절박한 요청과 대통령의 마지막 당부에도 국회는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부 지원 대책 추진할 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대재해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의 신속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속된 호소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이 무산된 것에 절망스러운 심정을 표한다”며, “여야의 합의 불발로 인해 83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은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폐업이 속출하고 소속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여야가 요구조건의 당부, 총선 유불리를 떠나 민생을 챙긴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합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는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해 왔다. 다양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와 국회 간담회 등 거의 모든 자리에서 유예 필요성을 설득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대표발의와 추가유예를 하지 않겠다는 경제계의 약속까지 이끌어내며, 여야 간극을 줄이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지만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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