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 속 전면시행 돌입
사업주 공백 따른 줄도산 우려
중기업계 간절한 노력도 수포
김기문 “제발 현장 좀 가보시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맨 왼쪽)를 만난 김기문 회장은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정아 기자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맨 왼쪽)를 만난 김기문 회장은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정아 기자

지난 24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마지막 기회인 1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남기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른 아침부터 국회를 찾았다.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김기문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사망선고와 같다는 의미에서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국회를 방문했다.

김기문 회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침 일찍 시간 내준걸 보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하면 극적으로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첨예한 여야 입장대립 속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격 시행됐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정부의 사과도, 추가 유예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중소기업들의 간절한 약속도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돼버렸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그 유예기간은 27일부로 종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졌었다. 사업주의 재해 예방 의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기중앙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8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그동안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각 지역을 돌며 지난해에만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명회를 43회 실시했고, 현대차그룹에서 출연한 산업안전상생재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5대 고위험 업종 협동조합에 대한 컨설팅, 교육, 안전설비 등을 추진하는 등 영세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를 적극 지원해왔다.

야당에서 요구했던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들의 약속도 이끌어 내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을 유예해달라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시간을 더 달라는 중소기업계의 간절한 호소도, 절박했던 약속도 결국 국회의 외면을 받았다.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난 김기문 회장은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정아 기자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난 김기문 회장은 “준비가 덜 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정아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후 가진 브리핑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대재해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의 신속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위험성 평가를 토대로 기업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충분한 재해예방 노력을 했는지 면밀히 살피겠다”며, “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곳에 이른다. 사업주가 일인 다역을 수행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구속은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실형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수사 장기화와 재판 지연 등 사업주의 공백은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에게 제발 현장 좀 가보시라고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가보면 말이 사장이지 같이 기계 돌리고 영업 다니는 동료 근로자”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그결과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일게 될 것”이라며, “근로자 안전이 중요하지만, 우선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좀 밀어주고 도와달라”며 끝까지 호소했지만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좌절됐고 국회는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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