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대회마다 “직원 다치길 바라는 대표가 어디 있나” 성토
실질적인 사고예방 위해 단지 준비시간을 달라는 것일 뿐
서류작업에 집중하다 안전은 오히려 소홀…‘중처법 역설’도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회원사와 중소 건설 업체 종사자 등 5000여 명이 기업경영을 잠시 중단하고 집결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 대회’가 열렸다. “법 준비기간을 보장하라” “영세 기업인을 예비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정아 기자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회원사와 중소 건설 업체 종사자 등 5000여 명이 기업경영을 잠시 중단하고 집결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 대회’가 열렸다. “법 준비기간을 보장하라” “영세 기업인을 예비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정아 기자

1월31일 국회 결의대회에 이어 지난 14일과 19일 수도권·호남권 결의대회는 중처법 유예를 위한 전국 각지에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유례없는 대규모 결집이었다.

무엇보다 건전한 집회문화를 통해 중소기업계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위해 지난 14일에는 수원에서 수도권 결의대회가, 19일에는 광주에서 호남권 결의대회가 열렸는데 두 차례 결집에는 여러 중소기업 관련 협·단체들과 함께 약 9000여명의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모였고, 수십 명의 발표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도 작업복 입고 함께 일한다”

경기도 수원에서 정보통공사업체를 운영하는 남궁훈 대표는 “기업을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없다”며 “어떤 대표가 직원이 죽고 다치길 바라고 어떤 직원이 대표자가 구속되길 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도 대표지만 같이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며 “나를 포함해 직원이 다치길 바라는 기업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궁훈 대표는 “실질적인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법을 유예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원에서 전기공사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선옥 대표도 “이 자리 모인 모두는 과거 치열한 근로자로 살았고 지금은 대표가 돼 계속 치열하게 살고 있다”며 “나도 근로자인데 근로자를 위험에 내몰고 무엇을 얻겠는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사업주는 지시만하고 근로자는 일한다는 시대에 맞지 않는 논리로 우리를 매도하지 말라”며 “중소기업 대표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도 중처법 때문에 공포”

현장에서는 중소기업 대표가 아니지만 중처법으로 인해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현직 직원의 고충도 나왔다. 김도경 탑엔지니어링 안전보건팀장은 “한 명의 근로자로서 중처법은 오히려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처법을 적용하면 현장을 돌아다녀야 할 안전관리자가 보고를 위한 서류 작업에 집중하게 된다”며 “현장 관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처법이 오히려 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협한다는 ‘중처법의 역설’은 이중삼중으로 복잡한 법·규제에 기인한다.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적용받고 있는 법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수두룩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재난안전관리법, 소방법, 건설기계관리법 등 각종 안전관리를 준수하고 있다.

여기에 ‘상왕’(上王)격인 중처법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그는“중처법은 처벌을 강화하면 안전관리에 힘쓸 것이라는 원론적 생각으로 만든 탁상행정의 폐해”라며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인들의 성토는 결의대회가 개최되는 현장마다 수없이 쏟아졌다.

정동민 베델건설 대표는 “중처법 시행 후 준비할 시간을 줬다고 하지만 실제로 법을 파악하고 현장에 적용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부족했다”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법조차 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에서 영세 전기공사업을 한 노정규 현대로오텍 대표는 “법 시행을 앞두고 백방으로 노력해 매뉴얼 제작, 컨설팅 진행 등 방안을 모색했지만 과도한 비용, 안전전문인력 수급 부족 등으로 오늘도 가슴 졸이며 행사에 참여했다”며 “우리는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지역 언론도 ‘중처법 유예’ 대서특필

4월 총선이 불과 두 달 남짓 남은 상황 속에서 지역 언론매체도 지역별 총선 이슈를 뒤로 하고, 중처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포커스하고 있다.

14일 수도권 결의대회 관련해 15일자 신문으로 인천·경기 주류 지역 언론인 경기신문, 경기일보, 경기매일, 경인일보, 기호일보, 중부일보, 인천일보, 일간경기 등이 1면 기사(사진기사 포함)로 다뤘다.

19일 호남권 결의대회는 20여개 넘는 지역 언론들이 1면 메인기사로 담았다. 광남일보, 광주매일신문, 광주타임즈, 남도일보, 대전투데이, 무등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전민일보, 전주일보, 전북일보, 전북중앙, 전북타임스신문, 충북일보, 호남매일 등이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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