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선거⋅재정추계…국회 ‘무심’
공약 이행 소홀에 中企 ‘상심’
‘2년 유예’ 전국 결의는 ‘진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달 22일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과제 및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중처법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달 22일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과제 및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중처법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가 무심(無心)하다. 22대 총선에선 양당의 정당정책 공방을 찾아볼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22대 국회의원선거 홈페이지’에서 ‘정당정책’을 클릭하면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까지만 뜬다. 이번 22대 총선의 여야가 내세우는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정당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공학적으로 총선 정국은 ‘여와 야’ ‘전망과 회고’가 각축전을 벌이는 중요한 때다. 집권 여당의 실적과 비전을 지지하며 ‘전망적 투표’를 할지, 현 정부의 실책을 심판하는 야당의 공세에 동조하며 ‘회고적 투표’를 할지는 양당의 정당정책이 기반이 된다. 총선이 한달여 남은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구체적인 정당정책 공약이 궁금할 따름이다.

그나마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공약개발본부를 출범시켰고, 지난달 22일엔 ‘중소기업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총 76조원 규모의 기업금융 지원 방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금리부담 및 경영부담 완화, 매출 증대 등을 골자로 소상공인 특화 공약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당장 중소기업계에 시급한 대안들이 적재적소에 제시돼 있다. 이번 여야의 중소기업 공약 특징은 ‘금융 리스크 부담’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앞다퉈 중소기업계의 금리부담 해소에 나서는 것을 선심성 금융지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만큼 현장에 시급한 현안 과제라고 진단한 것이고 그에 맞춘 대책이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실효성 있는 공약이 되려면 입법과 재정의 이행 의지가 충실히 담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법이 필요한 공약은 관련 법안의 검토 및 구체성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공약은 어떻게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필요하다. 재정 추계 정도는 들어가야 양당이 제시한 대략 100조원이 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을까.

그간 정치권의 공약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상심(喪心)이 너무 컸다. 정치권이 중소기업계를 위한 ‘현장성’ 처방을 제대로 내놓지도 지키지도 못했다.

21대 국회는 4년 전 공약의 절반만 지켰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최근 분석한 공약 이행도 평가(지역구 국회의원 225명) 결과 공약 완료율은 51.83%(지난해 12월 기준)로 집계됐다.

21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은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22대 총선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화두는 22대 국회에 바라는 총선과제도 있었지만 중기중앙회가 분석한 ‘중소기업 현실진단’이 주효했다. 중기중앙회는 과제집을 통해 금융 리스크 이외에도 △대·중기 생산성 격차 △인력난 심화 △과도한 경제규제 △디지털 역량 부족 등으로 중소기업을 둘러싼 정책환경을 여실히 설명했다.

중소기업계가 직면한 갖은 현안 과제를 해결할 총론적 공약 설계가 필요하다. 22대 국회는 디지털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과 인구구조 변화 그리고 지역 양극화 속에서 중소기업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中企 공약이 촉박하다면 적어도 중소기업계로 달려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라도 보여줘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향방은 4월 총선에 있어 중소기업 민심의 바로미터다. 50인 미만 중처법 2년 유예를 촉구하는 전국 중소기업인들의 자발적 결의대회 양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월31일 국회에서 3500명이 결집한 것을 시작으로 2월14일 수도권 4000명, 19일 호남권 5000명으로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중처법 유예는 법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시간을 갖고 재점검하자는 중소기업계의 마지막 절규다. 그런데 정치가 경제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유예 법안은 본회의 상정조차 못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까지 잡아챈 꼴이다.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까지 가겠다는 각오다. 4월 총선까지 중처법 시행 2년 유예에 사활을 걸었다. 중소기업계의 진심(盡心)이다.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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