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형 행성을 탐구하는 케플러 계획을 진행 중인 NASA(미항공우주국)는 최근 6300광년 떨어져 있는 게성운(M1) 인근에서 역대 가장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천문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렇게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태양과 같은 중심 항성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적절한 온도를 갖춘 환경을 천문학자들은 ‘골디락스’라고 부른다.
화성탐사를 포함한 골디락스 연구성과를 가장 많이 내고 있는 NASA의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경우, 로켓 개발 테스트에만 6만5000번의 오류를 거칠 정도로 철저한 프로세스 설계와 운영을 중시한다. 물론 성공적인 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램의 설계, 엔지니어링, 테스트 계획, 제조 과정 그리고 품질관리 등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반복으로 우주왕복선 챌린저, 콜럼비아 호의 폭발 등 크고 작은 사고의 아픔도 가지고 있다.
2007년 8월 발사돼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화성탐사선 피닉스호 프로젝트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새롭게 프로젝트 책임자로 부임한 젠트리 리(Gentry Lee)는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다.
우선 NASA 엘리트 집단, 특히 젊고 총명한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항상 자신들의 지식과 활동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련 리스크를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안에서 확실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사실 기존에 리스크관리 프로세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엔지니어들은 리스크 보다는 도전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큰 방향에 집중하지 못하고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해결에 노력이 분산되고 있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즉, 앞을 보며 혁신을 고민하는 동시에 균형 있게 뒤를 돌아보며 리스크를 생각하는 접근방법이 필요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장 민감한 EDL(궤도진입-하강-착륙)에 대한 해결이 필요했고, 또한 탐사선의 정보가 지구까지 도달하는 소요시간이 10분인데 비해 EDL 소요시간은 7분 이어서 EDL 진행 중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응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이슈였다.
가장 먼저 젠트리는 독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12명의 경험 많은 전문가로 리스크 리뷰 위원회를 구성하고 최대한 프로젝트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식별, 차단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기존의 잘못된 가정을 재확인하지 않거나 다수 의견에 동조돼 버리는 집단사고를 막기 위해 리뷰는 철저히 개별 엔지니어 별로 따로 수행케 했다. 더불어 대내외 전문가를 포함하는 타이거팀(Tiger Team)을 운영, 프로젝트 팀과 함께 기술적 해결이 불가능한 이슈에 대해 창의적 아이디어와 솔루션 도출에 집중,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기업 경영진은 주요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관련한 전략리스크 뿐 아니라 해당 조직과 기업문화, 프로세스 개선 및 통제와 관련한 운영리스크,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거나 예측 불가능한 사건, 사고와 관련한 이벤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최적의 자원 배분과 대응전략 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NASA의 사례는 참고할 만한 것이다.

-글 : 허구(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이사 / 「리스크 인텔리전스」의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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