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기미 없는 고질적 병폐
기술유용 97건중 9건만 조치
약발 듣는 강력 처방전 시급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기업의 각종 갑질 행위 문제가 단골메뉴로 올라왔다. 매년 국감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고질적인 갑을 관계 병폐가 낱낱이 지적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정부의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의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는 2015122일 설치된 뒤 총 122건의 조정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09건이 종료됐고 현재 13건이 진행 중이지만 종료된 109건 중 조정이 불성립(36)되거나 소송제기, 자료부족 등으로 조정이 불가해 중단된 사건(48)은 총 84건으로 무려 7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최근 5년간 총 97건의 기술유용행위 사건을 처리했으나 이 가운데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가 내려진 사건은 단 9건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거나,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하도급거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절차가 종료(33)되거나, 심사가 시작되지 않은 건(39)은 총 72건으로 전체의 74%에 달했다.

이렇듯 정부의 기술탈취 방지 및 처벌, 구제를 위한 기능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이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다. ‘중소기업 기술보호수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5~2019년까지 전국 243개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또는 기술탈취로 316건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금액만 무려 4346억원에 달한다. 연구과제 개발 계획 또는 결과 데이터, 생산중인 제품 등에 걸쳐 피해 범위 역시 방대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좋은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남기지만, 중소기업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국감 현장에서는 삼성전자, 현대로템 등 국내 대기업의 기술탈취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액정에 보호필름 부착하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로채 다른 협력업체에 헐값에 제작을 맡겼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철저히 챙겨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경만 의원은 현대로템이 썬에어로시스에 계약서 작성 없이 12개월 간 기술개발을 시키고 핵심기술을 탈취해 방위사업청에 납품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기술탈취는 중소기업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부분이라며 상생조정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부당한 염매 행위(시장 우월적지위자가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경쟁기업 등을 고사시키는 행위)로 중소기업에 갑질 행위를 한 사례도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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