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중소기업단체 입장문 발표
급박한 주문 대처 위해 필수적
논쟁 접고 유연화 방안 찾아야

노사간 자율 선택이 가장 중요
근로자 건강권 보호에도 초점

만성적인 인력난이 근본 원인
中企, 우려사항 해소에도 최선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지난 4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황정아 기자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지난 4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황정아 기자

“중소기업들은 급격한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준수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일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한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개편안을 통한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에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4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입장발표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단체장들과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황인환 한국전기차인프라서비스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성문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해 중소기업 현장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60만5000명에 달하고, 채용이 안 된 미충원인원도 18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라며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성수기 물량이나 급박한 주문에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복합위기에도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은 소폭 늘고 있지만, 인력가뭄을 해갈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미충원 인원’ 역대 최고 수준

김 회장이 언급한 ‘미충원 인원’은 사업체가 구인을 하는데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뜻한다.

기획재정부가 통계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인 18만5000명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빈 일자리는 제조·물류운송·음식점 등 중소기업 대표 업종에서 더욱 도드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대다수 중소기업계는 기존 근로자를 붙잡기 위해 임금인상, 휴가장려, 주거비 지원 등 처우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이 마치 ‘주69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는 일부 악성 프레임에 갇혀 본질적인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논의가 퇴색되는 점을 중소기업계는 깊게 우려하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개편안을 둘러싼 오해와 이해 부족으로 논란이 거듭되는 점은 아쉽다”며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매주 쓰는 것처럼 해석하고, 산업 현장이 공짜 야근이 만연한 곳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소모적 논쟁보다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절실히 필요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개편이 노사자율 선택을 존중하고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하고, 중소기업계도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낡은 근로관행을 적극 계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정한 보상 따르는 개편에 최선

중소기업계는 그동안의 여러 우려 사항과 관련해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과 함께 공정한 보상에 기반한 근로시간 개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노사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시간 개편은 근로시간 총량은 늘리지 않고 노사합의로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납기를 준수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해 형사처벌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입장문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노력해 근로시간을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사항들을 해소하고 제도 취지가 현장에서 이뤄지도록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제도 개편안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여러 우려들은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계의 인력난과 맞닿아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미래세대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노동계·기업이 머리를 맞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중소기업계가 발표한 입장문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대표적인 오해들에 대해 세세하게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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