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위기 돌파구는 2008년 ‘디지털 전환’ 주효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넘어 ‘AI 공급망’ ‘메타버스’

추격자 서브웨이, 중국서 ‘한국판 김밥천국’ 성장 노려
맛난 간편식 먹거리는 경제환란 속 살아남는 대마불사

서브웨이의 글로벌 매장수는 가장 많았던 때가 3만7000개까지 늘어났었다. 글로벌 104개국에 진출했다. 이 중에서도 미국 매장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서브웨이의 글로벌 매장수는 가장 많았던 때가 3만7000개까지 늘어났었다. 글로벌 104개국에 진출했다. 이 중에서도 미국 매장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세계 최대 F&B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3만5000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수로 미국이 6500여개로 가장 많다. 2위는 중국(6000여개), 3위는 한국(1700여개)이다.

한편 맥도날드의 전체 매장수는 스타벅스를 살짝 앞선다. 세계 3만7000여개 매장을 갖춘 막강한 프랜차이즈다. 이 정도의 확장력이라면 세계 어느 국가를 여행하든 손쉽게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맛 자랑이다.

세계인의 커피 맛을 사로잡은 스타벅스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출 급감에 시달렸다. 또 다른 미국의 맛인 던킨도너츠와 맥도날드 탓이다. 이들 도넛과 버거 가게에서 선보인 값싼 커피가 스타벅스에 직격탄을 안겨줬다. 이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2008년 다시 CEO로 복귀한 계기가 됐다.

이때 하워드 슐츠는 위기경영의 극복 전략으로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즉각 실리콘밸리 IT기업들과 기술 제휴를 맺었다. 이어 C레벨 인재 영입에 나섰다. 2009년에 디지털 전담부서도 신설했다. 2012년엔 스타벅스 앱을 출시하고 모바일 결제와 로열티 카드 선보였고 매장 무료와이파이도 확산했다.

기술혁신의 광풍은 계속된다. 2014년 사이렌오더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충격적인 변화였다. 스타벅스 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받는 시스템이다. 2018년엔 드라이브 스루와 융합했다.

아예 차량 정보를 등록하면 모바일 주문 후 매장에 차가 도착하자마자 자동으로 결제되고 음료가 바로 나온다. 스타벅스 앱의 선불카드 충전금액 규모는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쯤 되면 스타벅스는 글로벌 IT 회사다. 스타벅스의 디지털 맛이다.

스타벅스 못지않게 맥도날드도 IT 혁신 선도기업이다.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와 키오스크를 주도한 장본인이 서부의 개척자 맥도날드다. 요즘엔 메타버스를 개척하고 있다. MZ세대들이 맥도날드 가상 매장에서 어울리다가 진짜 집으로 치즈버거 세트를 주문한다.

공급망 시스템에선 아마존 뺨을 친다. AI, 빅데이터 분석으로 각 매장의 고객 예측과 재료공급도 자동화로 척척 이뤄진다. 제조산업의 핵심인 첨단 공급망 혁신이 버거 가게에서 지글지글 조리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대가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1952~2020)은 이렇게 말했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프랜차이즈 산업이야말로 파괴적 혁신이 요구하는 모든 신선 재료가 담겼다. 유행의 속도가 급격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이 수시로 등장한다. 소비자의 반응과 선택도 변화무쌍하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기술혁신을 앞세워 변덕스러운 프랜차이즈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삽시간에 장악한 것이다.

그런데 서브웨이는 이들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서브웨이가 한창 정점이었던 시기는 104개 국가, 3만7000개 글로벌 매장을 기록하던 2010년 무렵이다. 맥도날드와 형동생할 정도로 연륜의 서브웨이라면, 디지털의 서브웨이로 트랜스 포메이션할 만했다.

하지만 서브웨이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기술에 올인하던 지난 10여년 동안 파괴적 혁신의 고속철도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후 서브웨이는 완행열차를 타고 잃어버린 10년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미국의 전통있는 샌드위치 명가 정도에 만족했다. 서브웨이의 마이 웨이였다.

최근 서브웨이의 새 주인이 된 로어크캐피털에겐 “노 웨이”다. 영민한 사모펀드 로어크캐피털은 세계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체인 확장의 승부처는 중국이다. 사실 로어크캐피털은 파괴적 혁신 보단 중국 시장 자체의 성장 확률에 배팅하려한다. 요즘 중국의 경제 상황이 어둡다고 하나 요식업 시장은 되레 활황이다. 특히 중국의 프랜차이즈 성장 전망은 꽤 낙관적이다.

중국의 요식업에서 프랜차이즈화의 비중은 2021년 기준 17% 수준이었다. 지난 2016년 11%를 넘어선 뒤로 매년 1%씩 증가 추세다. 사실 중국은 국가경쟁력 대비 미국이나 일본 보다 프랜차이즈화의 비중이 무척 낮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50%가 넘는다. 이걸 뒤집어 읽으면 앞으로 중국 프랜차이즈화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거다.

어느 국가를 딱 꼬집어 전략 투자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 난이도의 경영 배팅이다. 스타벅스가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체인 확장을 밀어붙일 때 신의 한수는 바로 한국 시장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한국만큼 IT 인프라가 독보적인 나라가 없다. 5000만 인구의 한국이 세계 3위의 스타벅스 매장수를 보유한 이유다. 스타벅스에게 한국은 강철같은 ‘기술’ 동맹국가다.

이제 서브웨이는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실크로드의 건설을 꿈꾼다. 미중 맛집 ‘시장’ 동맹말이다. 중국 경제의 심상치 않은 위기 징후와 경색된 미중 관계도 사람들에겐 맛나게 뭐 좀 먹은 다음에나 생각해볼 문제꺼리다.

한국의 김밥천국이 딱 그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오히려 성장가도를 달린 걸 보면, 간편하고 맛난 먹거리는 경제 환란 속에서도 살아남는 또 다른 대마불사다. 문제는 경제도 외교도 아니다. 결국은 냠냠, 맛이다. “애니웨이, 써브웨이의 뉴 마이 웨이다.”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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