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판 ‘행동하는 정부’ 급물살
중소기업·정부 정책소통 새 장 마련
김기문 “합동간담회 지속 확산 기대”

지난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외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는 중소기업 정책 개선을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특별한 간담이었다.

외교부 장관과 중기부 장관이 중소기업 현안 과제에 대해 부처 간 협력을 모색하는 모습은 이전에 개최해 온 단일 부처 간담과는 달리 ‘과제 중심형’ 문제해결 소통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의 중소기업 현장판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8일 올해 첫 정부 운영 방향을 논의하면서 “올해는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인사교류·예산지원 등 구체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부처간 칸막이 논란은 수십 년째 반복되는 우리 공직문화의 대표적인 폐단이었다. 관료제에선 분업화, 전문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부처별 예산·조직·시스템을 각자 운영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각 부처별 정책권한과 규제 등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우선 업무보고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그동안 정부 부처별로 진행되던 업무보고를 주제별·과제별 ‘민생 토론회’ 형식으로 바꾸는 등 부처 간 협력을 적극 주문하는 상황이다.

부처간 인사교류 확대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엔 국·과장급 전략적 인사교류직위 24개를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부처별 상호 이권이 맞붙는 직책인 국토부 국토정책관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 자리를 맞바꾸는 식이다.

이러한 고무적인 행정개혁의 변화 속에서 이번 ‘외교부· 중기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는 중소기업과 정부간 정책 소통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건의된 현장건의를 살펴보면 부처 간 통합 논의가 필요한 게 한둘이 아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수출한 납품실적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외교부, 산업부, 중기부가 모두 연결되는 ‘복합 과제’(complex problem)다.

복합 과제란 단일 부처만의 정책개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2개 이상 부처가 필수적으로 정책협업을 해야하는 과제를 말한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국제협력단이 무상원조 사업을 수행하지만, 수출실적 인정 여부의 법령은 산업부의 ‘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 1항’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행 법령에선 수출실적 범위가 외화를 획득하는 ‘유상’ 수출로만 제한해 무상원조 사업 납품건이 제외된다.

아울러 이날 현장건의 중 E-9(비전문취업) 외국인력 사증 발급을 ‘패스트트랙’으로 도입하자는 이슈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력 도입 승인은 법무부 관할이나 재외공관에서 발급인증서 접수 및 사증 발급심사를 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규모인 16만5000명의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외공관 사증 발급이 지연돼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국내에 원활한 인력공급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용부, 법무부, 외교부의 업무조율이 시급하다.

결국 부처 중심에서 과제 중심으로 정책 이슈를 뒤집고, 부처간 협업을 강화하는 행정시스템이 관건이다. 이 때문에 중기중앙회가 이번 외교부·중기부 장관 통합 간담회를 추진한 것은 경제단체 중 가장 선도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기문 회장은 “지난 1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취임 인사차 중앙회에 왔을 때, 중기부와 같이 간담을 하자고 제안했더니 산업부 장관도 꼭 하자고 답했다”며 “앞으로도 ‘정부 부처 합동 간담회’가 계속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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