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였다. 지난 11월 4일 밀리의 서재가 코스닥 상장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였다. 서영택 밀리의 서재 창업주이자 CEO는 차라리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왜 지금 상장을 하려고 하느냐”라는 투자자들의 반문을 들었다는 이야기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어차피 받을 질문이라면 툭 까놓고 시작하자는 작전이었다. 서영택 대표는 말했다. “밀리의 서재가 출판시장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기업공개를 해야 합니다.” 정작 왜 하필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으론 충분하지가 않았다. 핵심은 왜 상장을 해
몇 해 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스포츠용품점에 갔다가 초췌한 표정의 그곳 주인장을 만났다. 네티즌들에게 불매 대상으로 꼽힌 브랜드 대리점을 운영하는 분이다. “요즘 어떠세요?”라는 인사조차 건네기 조심스러웠다.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괜찮아요”라고 희미한 웃음을 보인 그녀는 “어제는 양말 한 켤레 못 팔았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물 한 방울이 반짝였다. 오늘도 이런저런 불매운동이 생겨난다. 항의를 표하는 대상은 특정한 국가나 기업인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먹이사슬의 끝자락에 있는 자영업자다. 그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술탈취와 관련해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이에 따라 피해기업의 입증책임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 측면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기술침해 사건은 가해자의 지배영역에서 비밀리에 이뤄지고, 피해자가 자력으로 가해자 영역에 있는 침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은 증거로 입증되는 사실만 인정한다. 기술침해가 발생한 것이 진실이더라도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면 법원은 침해사실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입증이 부족한 피해기업은 결국 패소하고, 그로 인한 반사효과로 가해기업은 면죄부
올 들어 치솟는 대출금리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외부자금을 조달한 중소기업의 67.1%가 ‘높은 대출금리’를 최대 경영애로 요인으로 지적했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초 1.25%에서 11월 21일 현재 3%로 1.75%포인트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는 같은 기간 2.9%에서 5.1%로 2.2%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기준금리 인상폭 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금리가 지금보다 3%
납품단가 연동제가 드디어 법제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9일 정부와 여당은 민·당·정 협의회를 통해 개정안을 확정해 이철규 의원과 윤한홍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추진을 확정한 후,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그간 국회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개정안이 각각 8건 발의되는 등 입법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에는 양 당이 중지를 모아 당론으로 다시 발의했다. 앞으로 입법과정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전부가 아니었다. SSG랜더스는 지난 11월 8일 창단 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상에서 맞붙은 키움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승2패로 압도했다. SSG랜더스는 4월 2일 2022년 정규시리즈가 시작되자마자 10연승을 이어갔다. 시즌 내내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출발선부터 1등이었다. 결승선도 맨 먼저 끊었다.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원래 경마 용어다. 출발선에서 1등한 경주마가 결승선에서도 1등을 하는 압도적 경기를 뜻한다. 그런데 SSG
최근 기준금리 3% 시대 돌입에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 가중과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따라 한미 금리차가 0.75~1.00%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오는 24일 단행될 한국은행 금통위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잇따르는 데 따른 전망이다.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특허 또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 침해와 유출로 인한 분쟁에서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이 중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으로 다가오는 대표적인 지원책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정책보험’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 침해 분쟁을 사전에 대비하고 분쟁 발생 시 소요되는 비용부담을 보험으로 보상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기술보호와 재정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는 일명 ‘기술보호 법률비용보상보험’이다.중소벤처기업부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하원의석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가운데 그나마 상원의 다수당 자리를 간신히 지켜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시적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형편이다. 43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이번 선거 역시 승자가 되기 위한 치열함과 비장함은 예외가 아니다. 선거는 늘 전쟁일 뿐이다.그토록 양보 없이 싸우는 양당이지만 대중국 정책과 전략에서 만큼은 국익보전 차원에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정책 강화로 미
복합적 경제 위기로 인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생명보험회사 콜옵션 사태로 회사채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부동산PF 불안까지 겹쳐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채권발행보다는 금융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채권시장 불안으로 대·중견기업의 대규모 자금수요가 은행 대출로 옮겨온다면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 IBK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얼마 전 청계천 헌책방에 들러 수소문 끝에 김영곤 작가의 왕비 열전 20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 아버지가 자주 읽으시던 책이다. 자리를 비우실 때마다 나도 궁금해 펼쳐 보곤 했다. 물론 내용은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지만, 상당 부분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어 유익했다. 태조 이성계가 변방 세력이었다가 상승장군으로 명망이 높아지며 건국하게 되는 과정, 불리한 출신을 뛰어넘어 정치적 꿈을 펼치려 했던 봉화백 정도전, 세종 시대의 인재 등용과 한글 창제 과정, 로맨틱한 야사가 많았던 성종, 이순신 장군의 전공과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노동·입법·행정을 두루 거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취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노동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와 함께 중소기업계 의견을 적극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몇 년간 급격히 노동계에 기울어진 정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중소기업인들로서는 노동규제의 새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최근 중소기업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과 동시에 유례없는 인력난으로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59만 8000명에 달하는 부족인원으로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할
KS(한국산업표준), KC(국가인증 통합마크),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증마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비용과 오랜 시간 끝에 얻을 수 있는 산물로,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임을 알리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기업에 인증을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인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높은 비용, 중복·과다인증 등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제조업 인증제도 실
임플란트가 치과 치료의 혁명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처음 도입된 임플란트는 빠진 이가 다시 나는 기적을 가져다줬다. 이전까지 한번 이가 빠지면 틀니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만 했다. 이가 빠진 자리에 의치로 금니라도 쓰면 심미적으로 최악이었다. 입에 톱니바퀴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임플란트 도입 초기에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은 주로 외국계 회사들이었다. 한국 시장은 노벨바이오케어, 스트라우만, 짐머 같은 외국계 임플란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새 시장 개척 나선 덴
트래픽이 급증해도 마음 편하게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서비스는 다사다난하다. 네이버 쇼핑, 지도 등의 서비스에서 지난 6일 오후 동시다발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서비스 상세 페이지 접속 장애가 발생했지만, 다시 복구됐다고 공지사항을 통해 알렸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서비스 장애 시간은 이날 오후 1시6분부터 2시29분까지 약 83분이다. 당시 네이버는 “현재 오류는 모두 복구됐고 정확한 오류 범위와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서버 장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위터를 떠나 새로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마스토돈’(Mastodon)으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마스토돈은 2016년 독일인 개발자 오이겐 로흐코가 개발한 SNS다. 마스토돈은 외형상 트위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타임라인의 배치가 알고리즘 기반이 아닌 시간 순서에 따라 업데이트된다. 차이점은 ‘분산형 SNS’라는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단일 기업이 통제하는 거대 중앙 서버가 아닌 서버 여러 개가 커뮤니티를 구성한다는 점이 마
살며 두 번째 퇴직을 했다. 두 달 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상임감사로서의 임기를 마쳤다. 중앙회에 다니기 전에는 30년 세월을 넘게 ‘늘공’으로 시계추처럼 다니다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소위 ‘명예롭게’ 퇴직했었다. 바쁜 세상사,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한 퇴직이었지만 스스로 명예롭다고 되새기며 담담히 받아들이려 노력했었다. 퇴직도 경험인가 보다. 두 번째로 퇴직하고서는 시간의 자유로움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좀 더 솔직하고 진솔하게 즐겼던 것 같다.가끔 있던 약속도 슬슬 없어지고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고민하던 어느 날, 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는 성장이 오랫동안 정체된 기업이 많다. 이른바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성장정체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생산성 향상과 신제품 개발 등 나름 안간힘을 써보지만, 기운만 빠지고 점점 더 늪으로 빠져든다. 기업의 성장정체는 기업 쇠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시장에 예상치 못한 급속한 변화가 생기면 곧바로 경영위기로 내몰리기도 한다. 성장정체의 늪이 이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성장정체의 늪에
근로자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거나, 22시부터 다음 날 6시 사이 야간에 근로하거나, 휴일에 근로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존 임금의 150%를 가산수당으로 지급 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통상 ‘시간외수당’이라 한다. 그런데 회사에 따라 근로계약서에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례 1] 월 급여는 각 5시간의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포함해 200만원으로 한다.[사례 2] 월 급여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포함해 200만원으로 한다.이
이태원의 좁디좁은 골목에서 156명의 희생자가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모두 우리 이웃의 아들딸들이자 친구이고, 동료였다. 유가족들의 애통함은 가늠조차 힘들다. 온 국민도 이 참담한 사고에 표현하기 힘든 슬픔에 빠졌다. 무엇보다 희생자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침통한 국민들의 조문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중소기업계 역시 국민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업종별 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