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져 이제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는데 희뿌연 황사현상이 시야를 가른다. 남녘에서는 매화꽃 산수유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지만 상춘객의 몸살이 귀찮게 느껴지는 나른한 봄 하루다.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이라면 섬진강변의 매화꽃이나 구례의 산수유꽃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테지만 봄 햇살에 지친 몸은 인파를 거부한다. 조용하게 내 시간을 갖고
막걸리는 이제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술이다. 일명 ‘Rice wine’이라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막걸리는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던 정겨운 술이다. 한국 경제 침체는 소시민들의 피부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오고 있다. 열심히 살았건만, 현실은 암울함 뿐이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날, 막걸리 한사발 앞에
햇살이 따뜻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날이다.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웬일인지 기분도 함께 좋아진다. 아! 싱그러운 봄이구나.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계절 변화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까지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따뜻한 봄 햇살 맞고 겨우내 묵은 땅을 비집고 나오는 들나물 향연. 길 섶에 솟아오른 봄나물 내음이 향그럽다. 봄비 맞고 앞다퉈 피어난 새싹
소주에서 항주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다. 정확치 않지만 대륙의 땅 중국에서 1-2시간의 이동은 아주 짧다고 해야 한다. 소주와 항주는 그렇게 가까이 있는 곳으로 항상 함께 붙어 다닌다고 할 수 있다. 부산스럽게 항주를 찾은 것은 송성가무쇼를 감상하기 위함이다. 보기 싫다고 마다할 수 없는 단체여행의 특징. 별로 내키지 않지만 항주의 첫걸음은 송성가무쇼
소주(蘇州, 수조우)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예로부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곳. 양자강 삼각주 평원 위에 자리잡은,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유명한 물의 도시. 거기에 유명 민간 정원이 있는 중국 남방의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소주와
우리나라 가거도에서 상하이의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중국 땅. ‘샹하이, 샹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라는 노래를 읊조리면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상하이, 우리에게 낯익은 지명.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상하이는 어떤 곳일까? 일상이 몹시 지루하다 싶을 때에 나선 상하이(소주와 항주까지) 여행. 그곳에서 만난 3박4일간의 중국 동남쪽 하늘은 스모그
땅끝마을 해남에 간다. 지난 여름에 이곳을 다녀갔다. 여름 추억을 가슴에 안고 또 다른 겨울 추억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하고 떠난 해남. KTX를 타고 목포까지 가는 동안 내 병든 마음처럼 신열에 고통을 받아야 했다. 1박2일동안 온 산하는 눈이라도 내릴 듯 찌푸둥둥해 마음마저 심란하게 한다. 해남의 겨울, 더 썰렁해진 산하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
눈 많기로 소문난 태백산(1,567m). 해마다 1월말이면 ‘눈축제’(올해 1월 30일-2월 8일)를 연다. 올 겨울은 가뭄에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같지는 않지만 눈축제는 어김없이 열렸다.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겨울 산행을 나선 것은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몸부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경기에 대해 한가닥 빛이라도 얻을 수 있
신안군에는 몇 개의 섬이 있을까? 정확하진 않지만 신안군에서는 머릿속에 기억하기 좋게 하기 위해 1004(천사)개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많은 섬은 몇 개년의 계획으로 연육교가 이어지고 있다. 무안 해제면을 잇는 지도 연육교를 건너가 사옥도 지신개선착장으로 가면 증도 가는 철부선이 있다. 선착장에서 섬은 지척이다. 마치 강화도 보문사를 가는 정도의 거리로
새해 맞이 일출 여행을 떠났다. 포항 호미곶을 선택했다. 한두번 간 곳도 아니니 새롭지도 않은 그 장소를 선택한 것은 장거리 차 운전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다. 새해 일출맞이 여행사 상품은 무박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저녁 내내 달려 새벽에 호미곶에 도착해서 일출 구경하고 포항의 몇군데 여행지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상품이 매력적이진 않지만 신
삽상한 바닷바람이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몸으로 와락 달려든다. 이곳은 남도의 끝, 보성땅. 유달리 높은 산과 구릉이 줄지어 있는 데다 바다와 뻘밭이 앞에 펼쳐져 있어 천혜의 요새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예로부터 예(藝) 의(義) 차(茶)를 숭상해온 고장답게 곳곳에서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에다 질펀한 남도 사투리와 도타운 인심은 언제 찾아도 첫
겨울로 접어들면서 몸이 비둔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알게 모르게 체지방이 쌓여 가고 있는 것. 두터운 옷 속에 숨겨진 뱃살을 한줌 움켜 쥐면서 튕겨봐도 해결책은 운동밖에 없다. 날 차가워 귀찮더라도 몸을 움직여 줘야 하는 것. 일부러 멀리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면 동네 뒷산이라도 오르면 좋으련만, 어찌 된 영문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행이 힘겨운
경기 불황 등, 신나는 일 하나 없는 세상이라고 침잠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에 서 있고 새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움츠리고 산다고 해서 일상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은 어쩌면 일평생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나를 위한 재충전이 필요하다.단지 현상의 암울함 때문은 아니
스산한 겨울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코트 깃을 올리며 물 빠진 서해 갯벌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끼룩대는 갈매떼의 먹이 잡이를 구경하다 잿빛 갯벌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갯벌은 몇 시간 지나면 붉은 빛으로 변할 것이다. 한해의 끝자락, 강화도 해변에서 바라보는 낙조에는 서글픔이 배어 있다. 순간 볼을 타고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차가운 겨
때로는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차로 휑하니 달려가 그저 먹고 마시고 하는 여행이 아니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보는 일이다. 낯선 곳에 서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지방 특색을 느껴보는 일은 외국여행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결국 여행이란 ‘새로움, 일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아니겠는가?한 달 정도의 국내 배낭여행을 하
우리는 얼마나 천천히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천천히 살아가려고 하고 있을까? 현실은 어떠한가? 강박관념에 쫓겨, 정적이나, 한가함이 오히려 불안해지는 직업병을 갖고 사는 현대인들이 일부 특정한 사람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리라.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도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어디에 와 있을까? 정체성에 대한
우리는 지금 한 해의 끝머리에 서 있다. 시간의 한 귀퉁이에서 옛일을 돌아보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해가 바뀌면 세상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가슴 벅차게 시작한 새해의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그 누구 할 것 없이 힘든 삶을 살아온 한 해이기에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낙조와 해돋이가
날씨가 많이 차가워지고 있다. 봄철의 나비 축제를 빼고는 딱히 볼거리 없는 함평여행. 여행은 비껴가는 것이 매력적일 수도 있다. 일교차 큰 이 계절, 따뜻한 해수찜에 몸을 담구면서 그저 지는 해 바라보는 여행. 욕심없이 함평으로 여행을 떠나본다.돌머리 해변에서 여정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돌머리해수욕장. 행정지명의 석
이왕지사 백령도까지 갔다면 인근에 있는 대청도와 소청도 여행은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어쩌면 홍도 갔다가 으레 흑산도를 들르는 코스라고나 할까. 가보지 않은 섬에 대한 막연한 환상. 언제 다시 이곳을 따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대청도에서의 하룻밤을 결정했다. 백령도에서 오후 배를 타고 20~30여분 지나니 대청도 선진포구에 도착하게 된다. 공사
서해 최북단, 백령도. 웬지 뉴스에 자주 접하는 지명이라는 것, 그곳에 가면 민간인보다는 군인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족히 4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하는 것은 배멀리 심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백령도 가려 했다가 풍랑 탓에 결항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고 만 그곳을 이 가을 다시 찾아 나선다.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