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호수가 어우러진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한결 운치 있다. 가을, 아침녘 눈을 뜨면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오래된 기와 위에 내려앉는다.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한옥 숙소인 팜카티지는 강과 호수의 경계가 되는 곳에 자리 잡았다. 장락산 끝자락 홍천강이 청평호와 만나는 둔치에 고즈넉하게 몸을 숨긴 채 자태를 뽐낸다. 인근에 현대식 별장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주야의 일교차가 커지는 듯 싶더니 하늘도 유난히 높고 맑아졌다. 가을이다. 정작 슬픈 일이 없는데, 그저 가을이라는 이유 만으로 슬퍼질 수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마음 한켠이 빈 공간으로 남아 알맹이가 빠져나간 듯, 허전하다. 낯선 장소의 커피숍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잔 놓고 생각없이 수다를 떨고 싶다. 부암동이 좋을 것 같다. 부암동은 조선 때는 성문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걷기 열풍이 불었다.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이 생긴지도 오래다. 걷기는 이제 여행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걷기 길과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의암호 일대를 카누로 여행하는 ‘물길’이다. 이 길은 ‘물레길’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다.카누는 우리에게 익숙한 레저는 아니다. 주변에서도 카누를 체험했다는
두어해 전부터 걷기 대세가 시작되더니만 지금은 도심 근교 산은 인산인해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 보기는 어렵지 않다. 단지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딱히 여가를 즐길 게 없을 뿐더러 생산적인, 경제적인 일 중에서 걷는 것만큼 유용한 게 없다.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전라북도 부안군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변산반도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자연을 따라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변산반도를 찾는다. 그곳에 새로운 명소가 만들어졌다. 두 발로 변산반도를 기억케 하는 변산 마실길이다. 총길이가 66km나 되는 변산 마실길은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1구간(18km, 6시
동두천시에 내로라하는 소요산이라는 관광지가 있지만 그것보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기지촌이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양색시, 양공주’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곳. 진한 화장, 반짝거리는 의상, 미국식 흩어진 파마에 입가에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값싼 웃음을 흘리면서 미군들을 유혹하던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지역이다. 지금도 그런 흔적이 남아 있을까? 보산동
포천시 신북면을 관통하는 ‘368번 지방도’. 이 곳의여행을 향기와 여유로 채워주는 첫 번째 목적지는 허브아일랜드다. 지중해풍 허브 빌리지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허브 테마 농원 가운데 하나이다. 무엇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여서 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근교 여행에 그만이다. 1998년 포천시
처서가 지나고부터는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음력 절기는 많이도 과학적이다. 한번은 더 가보고 싶었다. 운악산 자락에 있는 현등사를. 차량 이동이 안 되는 곳이니, 휑하니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마음 한 편에 여유 공간이 남아 있을 때 찾아야 한다. 운악산 가는 길목의 조종천 계곡도 여름을 비껴 휴식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등사 일주문
바다가 바다를 버려야 섬을 만들 듯 일상의 짐을 벗어버리면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나눠주는 곳이 섬이다. 바다와 숲이 더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주는 탓이다. 하지만 섬으로 가자니 오직 하나, 여행길이 부담스럽다. 섬으로의 여행길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최고의 피서지로 강화도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안팎이면 닿는 짧은 거리,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신나는
사릉은 조선 제6대 왕 단종(1441~1457, 재위 1452∼1455)의 비 정순왕후(1440~1521)의 무덤(사적 제209호)이다. 정순왕후는 중종 16년(1521년 6월 4일)에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소생이 없어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가 시가의 묘역에 묘를 만들었다. 노산군으로 강봉되었던 단종은 숙종 7년(1691) 노산대군으로 추봉되었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규모에 걸맞게 거제도 해안에는 13여 개의 해수욕장이 조성되어 있어서 여름철이면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거제시의 중심가 가운데 하나인 옥포동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덕포해수욕장, 흥남해수욕장, 농소몽돌해수욕장, 황포해수욕장, 물안(옆개)해수욕장이 피서객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남쪽에는 와현모래숲해변, 구조라해수욕장
올 여름 왜 이럴까? 장마라긴 하지만 하늘이 지독하다. 하늘 뚫어진 것은 아닐까? 억수로 내린 비는 도로에 금세 작은 도랑을 만들기 일쑤다. 이 비 그치면 어디를 가야 하나? 휴가? 그것조차 귀찮고 힘겹다. 가까운 곳으로라도 마실 나가듯이 가긴 가야지. 반짝 해가 비치는 날, 봉선사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교통체증이 심하긴 하지만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은 곳
커다란 돛을 펴고 바람은 잔뜩 안은 채 바다 멀리 떠가는 요트! 누구나 한 번은 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부담이 간다. 배 구입비도 비쌀 것 같고 배우기가 어려울 것도 같다. 하지만 요트는 호사스럽고 비싼 취미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1~2명이 타는 ‘딩기 요트’(Dinghy Yacht)는 가격이 500만원 내외다. 낚
시원하게 여름 나는 방법은 없을까? 산, 바다, 계곡 등 자연이 유혹하고 있지만 도심을 떠나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영화관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고, 만지기도 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테마 미술관을 찾아 여름 열기를 피하는 것도 좋다. 어디가 있을까?그시절, 그때가 그리워
숨가쁘게 달려온 일상과 복잡한 도심을 떠날 수 있는 여름휴가철이 다가왔다. 탁 트인 곳에서 마음의 고민을 홀가분하게 털어내 버리고 싶다면 화성시에 위치한 어섬비행장에서의 경비행기 체험은 어떨까. 서울, 수도권 거주자에게는 특히 접근성이 좋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고, 비행 시 펼쳐지는 풍경 또한 아름다워 경비행기 체험지로서 나무랄 데 없다. 어섬 비행
벌써 더위가 찾아왔다. 올 여름 어떻게 견딜까? 고민스럽다고 더위가 안 오는 건 아니다. 숲속으로 가면 된다. 물론 계곡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 이열치열. 걸으면서 원없이 땀을 흘리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오랜만에 태화산을 찾는다. 세월은 눈깜짝할 새에 몇 해를 훌쩍 넘겨버리곤 한다. 복잡한 실촌읍내를 비껴 도척면으로 가는 국도변. 이천 마
광대한 시간이 빚어낸 자연풍광 앞에서 여행자의 호흡도 길고 깊어진다. 누가 부러 씨를 뿌린 것도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강물과 바닷물이 오가며 풍요로운 갯벌을 만들고 그 갯벌에 뿌리를 내린 갈대들이 스스로 품을 넓혀 200만평에 달하는 군락을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이자 세계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 갈대습지는 전라남도 순천시의 동천과
서리풀이 무성했다는 상서로운 땅 서초(瑞草). 그곳에 서초 올레길이 있다. 늘 찌들은 공해속에 파묻힌 듯한 도심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약 3~4km에 달하는 서초 올레길을 홀로 걸으면서 흠뻑 땀을 흘렸다. 울창한 숲속에서 맘껏 산소도 삼켰다. 누에다리의 키스하는 조형물에서 소원을 빌었고 파리에서 봤던 몽마르뜨 언덕에서는 한참이나 여가를 즐겼다. 그리고
2012년 5월 12일에 시작되는 세계박람회를 위해 여수는 준비 작업으로 분주하다. 박람회장엔 공사가 한창이고, 여수 곳곳엔 엑스포 깃발이 나부낀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엑스포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여수의 초여름을 미리 만나보자. 1851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세계박람회는 증기기관, 전화기, 자동차, 텔레비전 등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선보여 왔다.
배나무 밭이 많아 배나무 이(梨)자를, 거기에 역원(驛院, 여행자를 위한 숙소)이 있던 곳이라 ‘이태원’이라는 지명이 생겨난다. 흰 배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조선시대 때, 이태원의 봄은 화사했을 것이다. 온 사위가 꽃 향에 휘감겨 숨이 막힐 정도로 운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형형 색색의 다양한 계층의 인종들이 뒤섞인 거리. 파도처럼 일렁거리